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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말해’ 상간녀 사연까지 듣는 세상이라니 [TV와치]

2021-02-24 10:15:47

[뉴스엔 이수민 기자]

방송에서 불륜 남녀 사연까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지만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뤄질 고민으로 적절했을까.

지난 2월 23일 SBS플러스 예능 ‘언니한텐 말해도 돼’(이하 ‘언니한텐’)에서는 한 상간녀 고민이 등장했다.

대학교 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간 23세 여성이라고 밝힌 사연자는 “첫 연애를 한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와 아내는 쇼윈도 부부이며 곧 이혼할 상황이라고 했다. 사실을 알면서도 만남을 이어갔고, 6개월이 됐을 무렵 덜컥 임신을 했다고 털어놨다.

결정적인 고민은 두 사람 사이 태어난 아이(양육권) 문제였다. 사연자는 "남자친구의 아내는 제 아이를 자신에게 주면 상간녀 소송도 하지 않고 생활비도 주겠다고 하더라. 남자친구도 태도를 바꿔 연락이 안 된다”라며 “직장도 돈도 없는데 상간녀 고소까지 당하게 됐다. 아이를 위해 아빠에게 보내는 게 맞을까"라고 고민을 말했다.

방송에서 이영자는 조심스레 “(아이가 없던) 두 사람에게 당한 것 아니냐”라며 의문을 제기했고, 어린 나이의 사연자가 처음부터 남자친구에게 속아 사달이 났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사람 마음이 어떻게 무 잘리듯 잘리냐”라고 이해하며 위로했다. 모든 이의 혀를 내두른 사연이었지만 어찌 됐든 스튜디오에서 사연자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처럼 여겨졌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데다, 집도 직장도 사라진 사연자 사정이 딱해 보일 순 있다. 초반에는 남자친구에게 속기까지 해 억울하기도 한 상황이다. 결국 사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모두 빼면 상간녀란 이름만 남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사람들과 일에는 이유가 있고, 이해가 가능한 불륜은 없다.


상담이 목적인 방송에서 사연자 상황을 이해해주는 것이 먼저라 한들, 그럴수록 방송은 그 기준을 예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불륜 여성이 어려서, 잘 몰라서, 속아서, 처한 상황이 딱해서라는 말들은 결국 그것을 이해시키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자친구와 아내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면, 이 사연에서 가장 피해자는 한 달 된 아이와 남자친구의 아내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굳이 이 사연을 꼭 다뤘어야만 했다면 불륜을 저지른 쪽이 아닌 불륜을 당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피는 것이 마땅한 방향 아니었을까.

물론 김원희는 “사연자가 알고도 만난 이상 잘못을 인정했어야 한다. 쌍방과실이다. 어리다고 잘못이 아니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변호사 또한 “유부남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이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일침이 있었다 한들 무슨 소용일까. 결국 사연자에게 부부상담 전문가와 변호사 등을 통한 상담을 취하길 약속했고 양육권 결정 또한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피로감만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소송문제로까지 갈 수 있는 사연을 평일 저녁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시청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방송에서 다루는 소재의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덧 ‘자극적 재미’가 트렌드화 되어 방송사마다 수위 경쟁을 벌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를 판단하고 소비하는 것은 대중의 몫이지만 모든 수용은 선을 넘지 않을 때 가능하다.

여성들의 말 못 할 이야기와 고민을 들어준다는 취지로 기획된 ‘언니한텐’. 과연 이들이 어떤 여성의 현실을 보고 고민을 나눠야 할지 보다 깊은 판단이 필요할 때다.

(사진=SBS플러스 예능 '언니한텐 말해도 돼'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이수민 su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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