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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냐 완전한 추락이냐, 기로에 선 기쿠치[슬로우볼]

2020-11-21 06:00:01

[뉴스엔 안형준 기자]

기쿠치가 중요한 기로에 섰다
.

기쿠치 유세이는 2019시즌을 앞두고 태평양을 건넜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의 에이스였던 기쿠치는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이와쿠마 히사시, 마에다 겐타, 오타니 쇼헤이 등의 성공에 힘입어 일본 선수들과 친숙한 구단이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하며 빅리그 도전을 준비한 기쿠치는 시애틀과 최대 7년 1억9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계약을 따냈다. 기쿠치는 일본에서 최고의 기대를 받던 투수. 두 차례 베스트 나인에 선정됐고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1위도 한 번씩 차지했다. 다르빗슈, 이와쿠마, 다나카, 마에다처럼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투수는 아니었지만 그들과는 다른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의 연속이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기쿠치는 데뷔시즌 최악의 성적을 썼다. 부상 없이 32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161.2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고 6승 11패,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했다.

2경기 뿐이었던 3월(10.2IP ERA 2.53)을 제외하면 월간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한 적도 없었다. 평균자책점 4.32였던 5월을 제외하면 늘 5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32차례 선발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단 12번 뿐이었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는 4번 밖에 없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거둔 완봉승(19.8.19)은 기적에 가까웠다.

2020시즌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쿠치는 2020년 9경기에 선발등판해 47이닝을 투구했고 2승 4패 평균자책점 5.17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는 3회 뿐이었다. 기쿠치는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2년 동안 41경기(208.2이닝)에서 8승 15패, 평균자책점 5.39를 기록했다. 해당기간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60명의 투수 중 4번째로 높은 평균자책점이었다(해당기간 공동 1위 류현진-제이콥 디그롬 ERA 2.42).

기쿠치는 이제 운명의 3년차 시즌을 준비한다. 2021시즌은 기쿠치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다. 시애틀과 계약의 총 규모가 4년 5,600만 달러가 될지, 7년 1억900만 달러가 될지가 결정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7년 계약 중 기쿠치에게 보장된 것은 3년 4,300만 달러 뿐이다. 시애틀은 2021년 월드시리즈 종료 후 3일 내로 기쿠치에게 매년 1,650만 달러씩을 지급하는 2022-2025 4년간 옵션을 실행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시애틀이 4년 총액 6,600만 달러의 팀 옵션 실행을 거부할 경우 기쿠치는 2022년 1년 1,300만 달러의 선수 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첫 2년 동안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만큼 2022시즌 웬만한 성적을 내서는 만회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쿠치가 정상급 피칭을 한다면 시애틀도 옵션 실행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다행히 기쿠치는 아직 29세다.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평균자책점은 2020시즌에도 높았지만 세부 지표는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지난해 0.295였던 피안타율은 0.238로 낮아졌고 피OPS는 0.888에서 0.681로 낮아졌다. 2019년 5.71이던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는 2020년 3.30까지 낮아졌다. 2019년 0.2에 불과했던 fWAR는 2020시즌 1.1까지 올랐다.

기쿠치는 2019년 시속 92.5마일에 그쳤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올해 시속 95마일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첫 번째 변화구였던 슬라이더와 포심의 비중을 줄이고 평균 시속 92.1마일의 커터를 새로 활용했다. 새로운 주무기가 된 커터는 2020시즌 구종가치 +5.1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6위에 올랐다. 위협적인 커터를 앞세운 기쿠치는 땅볼 유도를 대폭 늘렸고 동시에 피홈런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지난해 9이닝 당 2개였던 피홈런은 올해 9이닝 당 0.57개로 줄었다. 세부지표를 감안하면 기쿠치는 올해 훨씬 좋은 성적을 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2020시즌이 60경기 단축시즌이었고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이 많았으며 같은 지구 내에서만 경기를 치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시즌 성적에 기량 외의 여러 요소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쿠치가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시즌 좋아진 세부지표가 2021년 주요 기록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기쿠치는 내년 진짜 반전을 이뤄낼 수도 있다. 하지만 2021시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1년 옵션 후 빅리그에서 외면받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기쿠치의 활약은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최장 포스트시즌 탈락 기록을 매년 새로 쓰고 있는 시애틀의 불명예 탈출 여부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희미하지만 희망의 빛은 비추고 있다. 과연 기쿠치가 어떤 2021년 시즌을 보낼지 주목된다.(자료사진=기쿠치 유세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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